1. 플라스틱 모델(Plastic model)이란?
실제나 가상의 대상을 정밀하게 특정한 축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플라스틱을 재료로 금형, 템플릿, 기타 도구를 이용하여 사출성형, 블로우 성형, 회전 성형, 열 공압 성형 등을 통해 만든 조립식 모형을 의미합니다. 조립식 모형 또는 키트라고 불리기도 하는 '플라스틱 모델'이 정식 명칭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식 영어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라모델(プラモデル)'이라고 말하지요. 또 다른 표현으로 말하자면 '조립식 정밀 축소 모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유럽이나 미국, 일본과는 다르게 플라스틱 모형을 취미로 하는 인구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사회에서 프라모델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저 플라스틱 장난감으로 인식되곤 합니다. 이는 아이들 장난감도 플라스틱을 재료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도색이 안된 상태에서 보이는 모습에서 비롯된 오해의 시선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작은 설명서의 지시에 따라 조립되지 않은 상태의 플라스틱 런너에서 각 조립 단계에 필요한 부품들을 정밀 니퍼를 활용하여 떼어낸 다음 전용 접착제로 부착합니다. 그러고 나서 각 조립 단계마다 또는 모든 조립이 다 이루어진 후에 아크릴이나 에너멜 등의 도료를 활용하여 붓이나 에어브러시(airbrush)로 도색하고 데칼을 붙이는 작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입니다. 장르 또한 다양하고 세분화되어 있어서 전문적이라 할 수 있는데 플라스틱 모형 활동을 하는 사람에 따라서 특정한 장르만 좋아하거나 다양한 장르의 모형을 다루기도 합니다. 장르는 크게 AFV(전투차량류), Aero(비행기류), Ship(함선류), Auto(모터사이클을 포한한 자동차류), Figure(인형류), S.F.(로봇을 포함한 공상과학기계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특히 AFV, Aero, Ship 장르를 좋아하는 플라스틱 모델러들은 각 장르별로 시대(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1차와 2차 걸프전 등)와 국가(독일, 미국, 러시아, 영국)로 구분하여 제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2. 내 삶에 있어서 프라모델의 의미
70~80년대 초등학생 시절을 보낸 남자라면 누구나 문구사 쇼윈도 앞에서 각종 로봇 장난감이나 프라모델(Plastic model)을 구경하며 기웃거리던 추억이 있을 것입니다. 당시에는 도색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 했고 그저 만들면서 즐기던 시간이 대부분이었지만 프라모델은 늘 저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해 주었습니다.
저는 유년기의 대부분을 조부모님 품에서 컸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프라모델은 단순히 애들 장난감이 아니라 제 마음속 알 수 없는 그리움을 달래는 위안이었고 세상을 만나는 수단이었습니다. 하나의 전차 모형을 좋아하게 되면 그 전차 모형은 저로 하여금 그것의 제작 국가와 사용 시대를 탐구하고 싶은 동기를 부여해 주었고 더 나아가 그 역사적 배경까지도 자연스럽게 공부하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입시 공부에 시달리던 시간에도,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제가 존재하던 시간에는 언제나 프라모델이라는 취미가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제가 직장인이 되었을 때 비로소 도색을 할 수 있는 경제력이 갖추어지자 마치 어렸을 적 한풀이라도 하듯이 각종 도색장비와 도료 및 고가의 모형들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학창 시절에는 결코 다룰 수 없었고 모형 잡지를 통해서 동경만 하고 있었던 도색장비인 '에어브러시'와 '컴프레셔(Compressor)'를 마침내 장만하게 되었을 때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습니다. 그 장비들을 이용해서 처음으로 조립된 플라스틱 모형을 도색하던 순간의 느낌은 진정 신세계를 경험하는 것과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이제 제 방의 한 벽면은 플라스틱 모형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저는 그 모형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흐뭇함을 느낍니다. 무채색의 플라스틱에 에어브러시로 색을 입히고 명암을 주면 실제 장비가 축소된 듯한 모습으로 변하는 놀라움을 맛보게 됩니다. 단색의 플라스틱 부품들이 제 손을 거쳐 어떠한 형상으로 완성되고, 그 형상에 색일 입히고 명암을 넣으면 마치 곧바로 움직일듯한 역동적인 장비로 태어나는 신비를 봅니다. 이런 작업의 시간은 저에게 있어서 창의적인 몰입의 시간이자 도전의 시간이고 스트레스 해소의 시간입니다. 비록 바쁜 직장생활로 인해 제작하는 플라스틱 모형 키트의 숫자보다 수집하는 모형 키트 숫자가 더 많아지게 되는 경우도 종종 경험하지만 저는 그저 이 소중한 취미생활을 변함없이 누릴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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